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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도 그럭저럭 살 만한 세상

靑竹2010.03.08 22:40조회 수 1165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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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인가 마누라와 크게 다툰 일이 있었다.

 

"우리 이혼해."

 

화가 많이 났던지  마누라가 그만 선전포고를 하고 말았다.

 

"그래? 음, 그러자구."

 

지기 싫어서 그러자고는 했는데 사실 그럴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그러나 그런 내색은 죽어도 내기 싫어하는 똥고집이라

결국 택시를 잡아타고 법원까지 가서 서류를 모두 작성하여

판사 앞에까지 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네, 이혼 수속을 밟으려고 왔습니다."

 

"그런데 혼자 오셨습니까?"

 

"네?"

 

그러고 보니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마누라가 안 보였다.

밖으로 후다닥 뛰어나가 찾아보았으나 금세 어디로 달아났는지 종적이 묘연했다.

이혼하기 싫은 마음이야 마누라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사실은 내심 짐작했지만

삼베 고쟁이 방귀 새듯이 슬그머니 사라진 마누라를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오며 즐거웁고 유쾌한  마음으로 집을 향했다.

집에 당도하니 마누라가 내가 좋아하는 동태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얼라려? 우리 이혼하지 않았던가?"

 

했더니 마누라는 얼굴이 불그락푸르락.

 

"에라~ 인간아!

이 웬수야!!! 내가 그런다고 정말 판사 앞에까지 가냐?

이런 인간이 뭐가 이쁘다고 동태찌개를 끓이고 있는지

나도 참 한심하지."

 

 

 

 

 

 

오늘의 요리 <어묵볶음>

 

 

 

각설하고,

요즘은 요리하는 일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 중이다.

굳이 마누라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인터넷 검색을 하면

온갖 요리의 레시피가 다 나와 있다.

거기 나온 대로 재료만 준비하고 조리법을 따르면 되는 것이다.

젊어서는 생각도 못했던 요리 분야에 손을 대기 시작해서

이리저리 만들어 본 요리가 벌써 수십 가지는 된 것 같다.

 

냉장고를 열어 보니 어묵은 사다 놓았는데

일이 바쁘신 마누라가 만들 틈이 없었는지 유효기간이 다 되어간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어묵볶음을 만들어 보았다.

 

그런데 마누라가 해 주는 어묵볶음보다 좀 달착지근한 게

여느 식당에서 먹었던 것과 맛이 비슷한데

단 음식을 싫어하는 편이라 그리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

 

내가 오늘 본 레시피를 살펴 보니 물엿이 들어가던데

앞으로는 물엿을 아주 조금만 넣거나 아예 넣지 말아야겠다.

뭐 그런대로 식당에서 나오는 것과 견주어 뒤지지는 않는 것 같다.

 

좌우간 툭하면 굶긴다고 마누라에게 협박을 당하는

불쌍한 대한민국 남성들의 활로가 생긴 것이다.

 

 

저처럼 요리하는 데 재미를 붙이고 계신 분 계십니까?

은근히 재미 있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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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내음 (by 구름선비) 네이버 지식인 스타일의 Q/A 게시판 테스트 (by Bike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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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
  • 쯧쯧.....한번 뺀 칼((지금 뭐래????).....묶어서(???) 라도 판사 앞에 끌고 (엥????) 가실 것이지...

    그랬다면...지금 쯤 '돌싱' (돌아온 싱글???)의 진가를 보여 주실텐데....

    덕분에...제 마눌님에 쫒겨 나면....몇일 밤 신세 질 아지트도 생기고....쩝!!!

     

    웬만한 음식이야...이미 예전부터...레시피 없이도...척척 알아서 마눌님에게 받치는 몸이니....

    쫒겨날 염려도 없고......

  • 靑竹글쓴이
    2010.3.8 23:38 댓글추천 0비추천 0

    캬~ 그랬으면 저는 아지트 제공에 풀민님은 음식 솜씨를 보여 주시는 건데요.ㅋㅋㅋ

     

    아무튼 요리계의 풀민 대협을 몰라뵙고

    쪼글쪼글한 어묵볶음 나부랭이 하나  맹글어 놓고

    설레발을 친 소생을 너그러이 용서하십시오. 켈켈

     

  • 이젠 쫓겨나지 않으려고 알아서 잘 하시네요 ㅋㅋㅋㅋ

    =3=3=3=3

  • 전 아직 그 지경까지는 아님니다만..

    언젠간 그 경지에 닿을 날이 오겠지요 ㅎㅎㅎ

  • 저는 음식 맹글지 안아도 오고가며 잘 곳이 많더만요...ㅎㅎㅎ..

  • 결혼초 10년간 일식주방장을 했던터라 처제들이며 옆지기며 이런저런 일식 요리를

    점수따기 위해 자주 해주곤 했는데 몇년전부터는 하지를 않게 되었네요...(이제 점수 안따도 되서리...^^)

    처가에서 예전에 장모님 쉬시라고 하고 음식을 하다 그만 팔굼치에 치여 식용유를 부억에 쏟아붇고는

    그거 딱느라고 몇시간을 혼났는지 딱아도 딱아도 미끄던거리는 아흐...팔아프고 무릎아프고

    엄청나게 혼났네요...그 이후로는 절대로 장모님이 주방에 오지를 못하게 하네요...불안하답니다.

    또 몇달전 노량진 수산시장가서 회를 사면서 옛추억을 되새기면 사시미칼을 달라하여 제가 산

    회를 떠보는디 영 예전같지 않아 되질 않네요...에이(짜증나서리) 사장님이 해주셔용...^^

    하고 들고와부렀네요...모든지 오래되면 감을 읽게 되네요...베이스나 전자기타도 친지도

    벌써 15년이 지나서 어찌 치는지도 모르것네요...ㅋㅋㅋ

  • 이상하게 청죽님의 음식 사진을 보니 청죽님이 해주신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지네요...꼴깍...

  • 제 마누라에게도 이글을 보여줘야겠군요...ㅎ 

  • 청죽님  ^^   

    우리집 옆지기나  친구남편들 보니깐  젊었을때는 얼씬도 안하더니   나이가 드니깐  자연스럽게 주방에 드나들어요  ~~

  • 청죽님 갱년기에 접어드셨군요.ㅎㅎ

    여성 호르몬 분비가 왕성하신 모양입니다.ㅋㅋ

    튀잣!!

  • 전 이번 주말에 갈비찜에 도전했습니다. 결과는 음... 머 약간 짜긴 했지만 평이 좋더군요.

     

    잔년 연말에 친구들 송년모임(부부동반)에 갔더니 사회보는 녀석이 이혼에 실패하신 여러분들 반갑습니다

     

    하더군요...모두들 와 하고 웃었는데.. 그건 거기 모인 쌍쌍이 모두  묘한 동병상련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는

     

    의미겠지요....

     

    이혼에 실패하신걸 축하드립니다.^^

  • ㅋㅋㅋ

    이제 쫓겨나도 아무 문제 없으시겠군요.

    제가 쫓겨나면 집도 멀지 않으니 청죽님께 빌붙어야 되겠습니다.

     

     

    사진에 마우스를 대면 사진의 정보가 다 나오는군요.

    요즘 홀릭님이 만지작 대시더니
    좋아 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봄이니까 새로운 것이 있어야죠. 암만~~

  • 참 죽고싶습니다....  꺼~~

  • ㅎㅎㅎ...군침돕니다...청죽님!

  • 젊다 몿해 어린판사 앞에서,,,

    둘이서 넵!!!!

    그리하고 여태,,같은집에서 삽니다..켈켈켈...

  • 청죽님이 벌써  준비를하시나보군요

    마나님이 청죽님을 버렸을때를 대비한 음식들 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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