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앞 촌동네에서 나고 자랐던 내겐 기찻길은 매우 특별하다.
거의 맨발로 다니던 아이들은 냇가로 물놀이를 가려면 시내 앞에 가로놓인
기찻길을 건너야 했는데 한여름이면 너무 뜨거워 재빨리 뛰어 건너야 했다.
-의정부 중랑천 상류에 걸쳐진 폐 철교에서-
체중이 60킬그램 대 중반이던 무렵에 비해
겨우내 설렁설렁 라이딩 탓에 10킬로그램이나 불어버린 데다가
하루 3갑이나 되는 엄청난 흡연으로 인하여 폐활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음에도
무슨 객기가 들었는지 늘 다니던 호암사에 한 번 오르기로 작정하고
엊그제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저녁 무렵에 호암사에 올랐는데
3분의 2 지점쯤 악을 쓰고 오르니 어느덧 한계점에 다다르고 말았다.
'아, 결국 내려야 하는구나'
그때였다.
분명 사람이 보이지 않았었는데 밑의 개울에서
아가씨들 세 명이 올라오면서 대한민국을 이끄는 힘 보여 주었다.
"와~ 아저씨 화이팅!!!!"
'에구구. 조졌다'<----(당시 나의 솔직한 심정)
한계점에 다다른 절박한 사나이는
자전거에서 내리는 일이 거의 운명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혁명적인 대 격변에 휩쓸려 기름기 빠져가는 무르팍에
죽어라 힘을 주며 오르기 시작하는데 거친 숨소리도 참느라
가슴이 그만 터질 지경이다.
'이 망할놈의 뱃살은 왜 자꾸 눌러 혈압을 높이는 겨.'
결국 그렇게 나머지 3분의 1을 좀비처럼 올랐다.
엉엉엉.
대한민국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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