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을 시작한 산로를 달리노라면 타이어에 닥지닥지 붙는 진흙이
봄 소식을 전해 준다.
주로 혼자 쏘다니던 요즘 귀차니즘 증세가 악화돼서
툭하면 헬멧도 없이 벙거지 하나 쓰고 나가질 않나,
배낭도 메지 않고 나가거나 하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결국 양주 인근의 둑방길에서 펑크가 나고 말았다.
터덜터덜 집까지 끌고 가자니 저녁나절의 길이 너무 멀다.
코스가 평소 펑크를 자주 겪던 길이라 내심 불안하기도 했었는데
결국 못처럼 단단한 기다란 가시에 된서리를 맞고 말았다.
만만한 게 홍어..아니 갑장님이라고 전화를 걸었다.
바쁜 와중이신데도 차를 끌고 와 주셨다.
한 시간여를 기다리자니 땀이 흘러 젖은 옷 탓에
으슬으슬 오한이 나는 게 감기에 걸리기 딱 좋게 생겼다.
그참, 배낭이란 게 워낙 익숙해 등에 붙이고 다니더라도
한참 돌아다니다 보면 존재감을 잊을 정도인데
뭐가 그리 귀찮다고 그 분신을 떼놓고 다닐 생각을 하다니....
'벌을 받아도 싸지'
▲대추나무나 탱자나무 가시는 아닌 것 같고.. 뭔 가시가 그렇게 큰 것이 단단히 박혔는지
타이어 안쪽을 더듬다 만져졌을 때 무슨 금속 핀인 줄 알았다.
사진 가운데를 유심히 보면 밑에서 박힌 가시 끝부분이 타이어 윗쪽으로 뚫고 올라온 게 보인다.ㅋㅋ
"가만있자...기름값에, 출장비에, 튜브값에, 마이스터 공임에..
수리비가 엄청나네요. 이거 청죽님 부담이 크시겠습니다.핫핫"
"시방 바가지를 씌우시는 건 아니시겠지요?
대개 아는 사람이 바가지를 된통 씌운다는 속설도 있어
다른 사람을 부를까 사실 망설이긴 했습니다. 크흐흐."
앞으로 배낭을 메지 않고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갑장님의 친절이 이른 봄의 한기를 날렸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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