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인가 마누라와 크게 다툰 일이 있었다.
"우리 이혼해."
화가 많이 났던지 마누라가 그만 선전포고를 하고 말았다.
"그래? 음, 그러자구."
지기 싫어서 그러자고는 했는데 사실 그럴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그러나 그런 내색은 죽어도 내기 싫어하는 똥고집이라
결국 택시를 잡아타고 법원까지 가서 서류를 모두 작성하여
판사 앞에까지 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네, 이혼 수속을 밟으려고 왔습니다."
"그런데 혼자 오셨습니까?"
"네?"
그러고 보니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마누라가 안 보였다.
밖으로 후다닥 뛰어나가 찾아보았으나 금세 어디로 달아났는지 종적이 묘연했다.
이혼하기 싫은 마음이야 마누라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사실은 내심 짐작했지만
삼베 고쟁이 방귀 새듯이 슬그머니 사라진 마누라를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오며 즐거웁고 유쾌한 마음으로 집을 향했다.
집에 당도하니 마누라가 내가 좋아하는 동태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얼라려? 우리 이혼하지 않았던가?"
했더니 마누라는 얼굴이 불그락푸르락.
"에라~ 인간아!
이 웬수야!!! 내가 그런다고 정말 판사 앞에까지 가냐?
이런 인간이 뭐가 이쁘다고 동태찌개를 끓이고 있는지
나도 참 한심하지."
오늘의 요리 <어묵볶음>
각설하고,
요즘은 요리하는 일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 중이다.
굳이 마누라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인터넷 검색을 하면
온갖 요리의 레시피가 다 나와 있다.
거기 나온 대로 재료만 준비하고 조리법을 따르면 되는 것이다.
젊어서는 생각도 못했던 요리 분야에 손을 대기 시작해서
이리저리 만들어 본 요리가 벌써 수십 가지는 된 것 같다.
냉장고를 열어 보니 어묵은 사다 놓았는데
일이 바쁘신 마누라가 만들 틈이 없었는지 유효기간이 다 되어간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어묵볶음을 만들어 보았다.
그런데 마누라가 해 주는 어묵볶음보다 좀 달착지근한 게
여느 식당에서 먹었던 것과 맛이 비슷한데
단 음식을 싫어하는 편이라 그리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
내가 오늘 본 레시피를 살펴 보니 물엿이 들어가던데
앞으로는 물엿을 아주 조금만 넣거나 아예 넣지 말아야겠다.
뭐 그런대로 식당에서 나오는 것과 견주어 뒤지지는 않는 것 같다.
좌우간 툭하면 굶긴다고 마누라에게 협박을 당하는
불쌍한 대한민국 남성들의 활로가 생긴 것이다.
저처럼 요리하는 데 재미를 붙이고 계신 분 계십니까?
은근히 재미 있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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