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 있는 집은 말로만 아파트이지, 구조상, 정황상, 용도상,정서상 거의 콘도에 근접합니다.
일명 김포콘도죠.
오늘도 갈곳없는 청춘들(음..중년도 포함...)이 삶의 하루를 여기서 죠져대고 있습니다.
인증샷은 찍어놨지만, 리더기가 없어서리....
강남의 원룸에서 살다가 2달간 방세를 못내던, 박초딩(박공익)님은 이미 일주일전 입주하여 큰방 하나를 차지하고 6개월간의 장기투숙에 들어간 상태이고....
영업업무가 끝난후, 따로 만나거나 할 그런 여자사람조차 없는 배초딩( 맑은내)님은 노량진에서 참돔과 문어를 사왔고.
정유딩(정병호, 겉보기 등급만 중년)님은 예술의 전당에서 음악회를 감상한후 11시 30분에 도착했습니다.
예술의 전당은 혼자가야 제맛인지 뭔지, 늘 혼자 다녀요.
콘도지기인 저는 박초딩과 '골프X타' 내기골프게임으로 '보드람 치킨' 내기를 하고, 결국 제가 초딩의 콧물 찌질한 프라이드 치킨을 따먹었습니다.
어제는 광어회 따먹기를 했는데 그 역시 제가 따먹었습니다.
코묻은 회를 따먹는건 정의롭지는 않지만, 내기는 내기이고 게다가 감칠맛도 있습니다.
정의가 힘을 잃은 사회이기에 저도 별로 죄책감 느끼지 않고 코묻은 술안주를 부담없이 따먹게 되더군요.
아무튼, 이래저래 무신'베철러 클럽' 도 아니고, 4인의 남자사람들이 이 집안에 그득합니다.
마루에 대충 막 꺼내서 깔고 자려고 자기들의 둥지를 틀길래.
배초딩(맑은내, 아는 사람은 탁한내로 부름) 의 습성을 알기에
모두 새로 빨아놓은 이불이니, 제발 발좀 씻고 자라고 5번은 말했지만,
자기는 여지껏 살면서 잘 안씼었기에 건강하고 이빨을 안닦고 자랐기 떄문에 썩은이도 없이 깨끗하다는 되도않는 망발과 함께 결국 양말만 벗고 자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게 천진함인가, 무지인가, 고도의 전략인가, 아생없인가(아무생각없는....의 약자), 진생없인가, 이것이야말로 순수절정의 인간인가....아~~오래전에는 인간도 이렇게 살았겠지...하는생각을 하며
며칠간 해왔듯이 모니터에는 왈바를 시해하려는 해커의 명령을 따르는 디도스 공격을 감시하는 창을 여러개 띄어놓으며 새벽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루바닥에 이불을 깔고 동침하는 2명의 남자중 왼쪽사람이 있습니다.
마치.
"나는 유치원 생이에요. 그냥 나이만 40대 입.니.다."
라고 말하듯이 평안한 표정으로 정병호님이 쌔근쌔근 잠자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횡성의 산속에서 장작을 열심히 패다말고, 갑자기 예술의 전당으로 직행한 싸나이죠.
비가올 예정이라, 장작 수습을 위해 오전 11시에 다시 출발해야 한답니다.
장작을 걱정해야 하는 삶. 원래 사람은 그래야 하는거 아닙니까?
계좌의 0 이라는 숫자가 몇개인지, 오늘 코스피가 어떨지...걱정하는건 삶의 본질에서 좀 많이 틀어진게 아닐까요.
박초딩은 좀 전에 텔레토비와 같은 표정과 행동으로 저에게 빠이빠이~ 를 그윽하게 흔들고는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텔레토비 혹은 예전 디즈니 만화에 나왔던 '네셔널 파크' 를 지키는 산림공무원 역할을 "곰" 과 생긴것도 비슷합니다. 세서미 스트리트에 나왔던 머리 길고 까만 머리털의 아저씨와도 닮았죠.
이 새벽에 이 집에 손님은 이제 저밖에 없네요.
이제 여러분과 바톤 터치해야 겠습니다. 물론, 저는 1시간정도 더 있다 잘 예정입니다.
새소리만 들릴뿐 조용한 이 새벽이 좋거든요.
창밖에 새가 한 500마리는 지저귀고 있는거 같습니다.
점심시간까지만, 여러분들께서 저대신 왈바를 지켜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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