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간이 나신 갑장님. 산을 워낙 좋아하시는데다 나 또한 도로나 산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하는지라 모처럼 의기투합, 도락산 싱글코스를 찾았다.
날은 무덥고 습하다. 모처럼의 산행에 날벌레들이 고글이며 귓전에 사정없이 달려든다. "그래도 우리가 이놈들의 영역에 놀러온 것이니 참아야겠죠?" "그야 물론 감수해야겠죠. 하하." 오르느라 비지땀을 흘린 만큼 다운힐이 주는 말할 수 없이 시원한 반대급부도 크다. 라이딩이 끝날 무렵에 위치한 물이 흐르는 계곡엔 자동차를 몰고 온 행락객들이 드문드문 보였지만 오로지 나의 두 다리로 페달을 밟는, 최적의 에너지만을 사용해 대자연에 접근하는 뿌듯한 기분을 그들은 알까 모르겠다. 계곡물을 몇 웅큼 손으로 떠서 머리를 적시니 탁영탁족(濯纓濯足)하던 옛 선비들의 기분을 알 것도 같았다.
"애초에 등산에 별 취미가 없었으니 만약 자전거가 없었으면 이렇게 산중에 들어 자연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만끽할 수 없었겠지요?"
"아마도 그랬을 테지요. 하하."
여름이 익어가고 있다.
▲무성해진 활엽이 짙은 그늘을 드리운 터널 같은 코스도 좋지만 이런 노송들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유유자적하는 감회 또한 감칠맛이 난다.
▲한바탕 내린 비는 대기의 공해를 땅으로 쓸어내린다. 오늘 서울의 시계가 25km 정도라던데 여기야 더할 수 없이 시계가 좋다. 초반의 업힐은 언제나 비지땀을 쏟게 만들지만 정상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온몸에 받으며 아래를 내려다보는 느낌은 형언하기 어렵다.
▲여럿이 어울려 타는 데서 오는 '재미'와 홀로라이딩이 주는 '무한 자유'의 경계가 있을 법하지만 조선시대 선비의 풍모를 풍기는 이 갑장님과의 동반 라이딩은 묘하게 그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엥? 서로 존재감을 무시하는 겨?)
▲도락산 다운힐 코스가 꽤 긴 편이다. 평소엔 신나게 다운힐하는 데 몰두하는 바람에 사진을 찍을 겨를이 없었지만 오늘은 마음을 먹고 몇 컷을 찍다.
▲눈썰미가 좋으신 갑장님 때문에 라이딩 중 굶어죽을 일은 없다. 땅만 보고 달리는 나와 달리 이런 탐스런 산딸기 등을 절대 놓치는 법이 없으시다. 농익어 가지를 흔들면 쏟아질 정도다. 어찌나 달고 맛있던지...
▲갑장님 핸들바에 내려앉은 잠자리.
▲무슨 꿍꿍이 속인지 핸들바에 내려앉은 잠자리란 녀석이 꽤 긴 거리를 다운힐해서 도로까지 내려왔는데도 통 날아갈 생각을 않고 있더니 차도로 접어들자 그제야 포르르 날아가버린다. "허참, 그 녀석 제 집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까 걱정되네요."
▲여름엔 역시 콩국수가 별미다. 콩을 직접 갈아서 만드는 걸 확인하고 들렀다.
▲인심이 후한 쥔 아지매가 덤으로 내어온 사리. 올 때 콩비지도 한 봉지 얻었으니 오늘 저녁엔 모처럼 콩비지찌개나 끓여 먹어야겠다.
▲여름철에 특히 좋아하는 풋고추. 매운 걸 좋아하시는 갑장님은 매운 청양 고추를 몇 개 따로 주문해 드셨지만 매운 걸 싫어하는 난 단지 향이 강하고 맵지 않은 풋고추를 무척 좋아한다. 식성이 비교적 비슷한 둘은 시원하고 맛있는 열무 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신 풋고추를 집어들어 된장을 찍어먹기 바빴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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