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이렇게 달고 보니
'총, 균, 쇠'라는 유명한 책 이름이 생각나는 군요.
성능 좋은 무기를 보유하고 병원체에 대한 내성이 강하며 , 산업화를 이룬 서양사람들이
순수성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원시부족들을 멸망에 이르게 했다는 비평서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몬순 문화권'이라면 아마도 '아시아 농경문화권'과 동의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름철 약 한달 동안 걸쳐 있는 우기
쌀을 주식으로 하면서 비와 함께 공유하고 있는 아시아적 가치와 문화......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증언이나 다큐멘타리엔 꼭 '지긋 지긋하게 퍼붓는 장맛비' 얘기가 나오더군요.
미국 수도의 한국전 기념 공원에는 우의를 입고 논길을 행군하는 병사들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장마가 일종의 '오브제'가 된 것이지요.
이곳 인도에서 몬순은 생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감각적으로 볼때 아마도 한해 강우량의 8-90% 이상이 여름 한두달 몬순기에 내리는 듯 합니다.
뉴델리의 경우 몬순기 이외에는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아 사막기후와 유사합니다.
몬순은 5월말이나 6월 초 소아시아 대륙 남단에 상륙하여 약 한달간에 거쳐 중인도, 북인도 히말라야
기슭까지 거슬러 올라 옵니다. 북동부 앗삼주는 우리 지리 교과서에도 나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강우지역이지요.
인도 사람들이 성스럽게 여기는 갠지스 강은 매년 몬순기에 200억톤의 토사를 하류로 운반한다고 하네요.
세계 최대의 아마존강이 운반하는 토사량보다 많다고 합니다.
소양강 댐의 만수량이 약 20억톤 정도로 기억하는데, 그 10배라면 엄청난 양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인도의 토양은 아주 비옥하답니다.
비록 비가 자주 내리지는 않지만 대신 히말라야 빙하가 녹아 지하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풍부하여 3모작이
가능합니다. 아직도 농업 인구가 5-60%에 달하니 '농업국가'이지요.
그런 인도가 90년대 초 이후 IT 산업을 필두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으니
잠재력은 무한하다 하겠습니다.
인구가 12억에 육박하지만 식략자급을 이룬것은 이미오래 전입니다.
똑똑하지는 못한 부시 2세가 세계 식량 부족의 이유가 인도 등의 급격한 인구 증가 때문
이라고 근거 없는 얘기를 했다가 인도 사람들로부터 '무식하다'는 핀잔을 받았지요.
인도의 식량 증산 속도는 인구 증가 속도를 훨씬 앞서나간다는 군요.
북부에 위치한 뉴델리에는 올해 6월 말에 몬순이 상륙했습니다.
비가 내려면 시내는 온통 물바다가 됩니다.
배수시설이 좋지 않다 보니 내리는 적시에 배수하지 못하는 거지요.
보통 한두시간에 걸쳐 퍼붓고는 이내 해가 쨍쨍하게 뜨곤 하는데
그 전환의 속도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제게 곤혹스러운 것은 비가 그치고 나서부터 입니다.
강렬한 햇살은 도로에 쌓여 있는 진흙을 가마솥 누룽지 처럼 말려 버리고
그 위로 자동차들이 다니면서 온통 흑먼지를 일으키는 것이죠.
또, 몬순기에는 기온도 6-7도 낮아지기는 하지만 대신 습도가
높아지므로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습도가 높아지면 땀은 많이 나는데, 이는 단지 땀의 증발이 늦어지는 현상에 불과하더군요.
경험적으로 볼때 자전거를 타거나 골프를 칠때 가장 물을 많이 마시게 되는 날씨는
기온이 높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입니다. 소위 열풍이 부는 날이죠.
'기온이 높고 바람이 강하다'는 표현이 모순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입니다.
열풍이 불면 시원하기는 커녕 뜨거운 열기가 피부 깊숙히 뚫고 들어오는 느낌이 듭니다.
저의 경우 이런 날에는 골프 18홀 약 5시간동안 3리터 가량의 물을 마시게 됩니다.
요즘같은 우기에는 1.5리터 정도, 겨울철에는 0.5리터 정도 마시게 되더군요.
이는 운동하는 동안에 마시는 양이고,
운동후 식사하면서 보충하는 수분 등을 합치면 1리터 이상을 추가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통상 저녁시간대 까지 소변은 일체 보지도 않게 되니
흐르는 땀의 양이 실로 엄청나지요.
인도에 '한여름 더위에 나다니는 것은 미친개와 영국놈들 뿐이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만큼 인도의 더위는 무서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오늘 초저녁에도 비가 내리더니 금새 멈추었습니다.
실개천이 된 뒷 골목길에서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나니
온몸의 열기가 빠져 나간 듯 상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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