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산에 가면 단풍이 멋지다기에 갑장님을 따라나섰습니다.
한참을 오르고 있는데 한 무리의 엠티비 동호인들이 내려옵니다.
"이번 장마에 길이 엉망입니다. 메고 다니시면 모를까,
자전거를 돌리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하며 정보를 알려 줍니다.
그들이 내려간 뒤,
"산전수전 다 겪은 우리들은 또 다르지 않겠수?"
"그럼요, 일단 올라가 봅시다."
▲물놀이를 하는 행락객들이 없는 계절이라 그런지 물이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맑다.
끌고 메고서라도 넘을 요량이었는데 정말 길이 엉망입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분의 판단은 어떻소이까?"
"글쎄요, 이 쯤에서 내려가는 게 아무래도..."
"그렇죠?"
'산전에' 수전에'까지가 한계였나 봅니다.
'공중전'까지 섭렵했더라면 아마도 넘지 않았을까요?
돌아오는 길,
"절반밖에 타지 못해서 어딘가 허전한데 천보암이나 오릅시다."
"그러시지요. 저는 아래서 기다릴 테니 청죽님 올라갔다 오세요."
"이런, 집에 바쁜 일이 있는 걸 잊었습니다."
"큭"
▲언젠가 고등어회 타령을 한 적이 있는데 하산한 뒤 갑장께서 쏘셨다.
▲오징어를 이렇게 얇게 회를 뜨는 기술이란..
▲새색시 입술연지처럼 곱게 물든 산수유와
▲불타는 단풍잎에서 가을이 떠나고 있다.
▲두어 달 전, 딸아이가 들여 준 봉숭아 물과 함께 내 손톱에서도 덩달아 가을이 떠나고 있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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