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본격적으로 다루게 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다. 자전거를 타시는 분들, 만드시는 분들, 한 편으로는 자전거가 계기가 되어 만난 다양한 일을 하시는 분들. 그리고 여행...
그렇게 만난 다양한 사람들 중에서 상현님은 내가 유난히 강한 인상을 받은 사람들 중 하나이다.
자신이 소유한 자전거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는 자전거의 모든 것을 알려 하는것은, 같은 말로 표현되는 다른 의미의 사랑. 내가 아는 상현님은 자전거를 무척 사랑하는 분이다. 15도 삐딱하게 그녀(?)에게 접근하는 그 방식이야말로 상현님의 남다른 자전거 사랑 방법이리라.
올 봄, 280 랠리에 나가자고 권하실 때, 상현님 책상 옆에는 설리의 29er 가라데몽키 프레임이 놓여있었다.
이번 랠리엔 당연히 가라데몽키를 끌고 오실줄 알았다. 원숭이 나래차기같은 라이딩을 보여주실 줄 알았는데...
나래차기라니... 저 짐을 보면 돌려차기도 힘들 것 같다. 몽키가 아니니 상관은 없지만.
(가라데 몽키를 놔두고, 클라이밍 베어 끌고 오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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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 장거리 주행의 특성상 라이딩 중의 식사와 휴식은 필요 불가결하며, 진정한 의미에서의 산악 랠리라면 식량과 물의 중간 보급이 원활하게 이루어 질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라이더는 식량과 물, 방한장비를 비롯하여 조난에 대비한 장비 일체를 휴대한 상태로 라이딩을 해야만 한다.
장비의 증가는 라이더의 피로도를 증가시키며, 이는 고통으로 직결된다. 따라서 불필요 장비의 최소화를 통한 라이딩 부하를 줄이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휴대 장비의 감소는 문제 발생시 해결 능력의 저하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단거리 산악 라이딩과 장거리 산악 라이딩시 펑크 발생, 스포크의 끊어짐, 림이 손상되는 등 돌발상황은 똑같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각각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다르기에, 자주 발생하는 트러블에 대처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비를 우선적으로 휴대하며, 발생 빈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장비는 휴대 우선순위의 뒷편으로 밀려나게 된다.
다만 라이딩 시간과 주행 거리가 길어질수록, 트러블의 발생 가능성은 주행시간과 자전거 부품의 피로 부하량에 비례해서 높아진다. 예를들어 10km 산악 라이딩에서 림이 부서질 가능성이 1%라고 가정하면, 100km의 산악 라이딩에서는 그 열배인 10% 확률로 림이 부서질 수 있다고 할 때, 100km의 산악 라이딩에서 림을 휴대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확률은 오로지 예를 들기 위한 것으로, 다소 극단적인 가능성의 비약이 존재한다.)
라이딩 거리가 길어질수록 필요한 짐은 어쩔 수 없이 늘어난다. 라이더에게 가해지는 부하 또한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싸이클링이라는 운동의 특성상 사용하는 장비를 통해 이러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데, 예로서 자전거의 기어비나 타이어의 특성, 짐의 휴대 방법 등을 라이더가 최대한의 편안함을 느끼는 방향으로 변화시킴으로서 라이더의 무사 완주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게 된다.
이상의 장거리 산악 주행의 특성은 장거리 투어링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게 되며, 시판되는 투어링 바이크 또한 상기 논리에 의거하여 라이더에게 필요한 대량의 장비를 효율적으로 실어나르며, 라이딩 중 라이더와 자전거에 가해지는 부하를 최소화 시키는 설계를 통해 만들어지게 된다. (물론 자전거 설계자의 의도와 라이더가 원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자전거와 라이더의 능력이 충분히 발휘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제작사가 갖고 있는 라이딩에 대한 노하우가 무척 중요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다. 랠리와 장거리 투어링은 서로 다른 장르의 라이딩처럼 보이나, 각각의 상황에 요구되는 자전거의 특성은 무척 비슷하다. 그렇다면 장거리 투어링용 자전거로 랠리에 참가하면 어떨까? 역발상으로 상현님이 이번 280 랠리에 끌고 나온 자전거가 바로 사진의 루이가르노 투어링 바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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