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싸이클로 크로스 자전거(이하 가칭 CXB)와 크로스 컨트리 MTB (이하 가칭 XCM)의 구조적인 특징을 이미 알고 계신다는 전제 하 쓴 글입니다. 각 자전거의 일반적 특징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또한 반론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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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B의 역사에 대해 설명할 때 필자가 종종 인용하는 그림이 하나 있다.
간단한 그림이며 당대의 CXB의 상세한 특징을 알기는 어려우나, 이 포스터가 시사하는 바는 결코 적지 않다.
이 포스터는 1965년 2월 4일의 경기를 홍보하는 포스터이며, 이 경기는 올림픽 위원회와 국제 싸이클 연맹의 인가를 받은 시합이라는 점이다.
이 포스터 한장으로만 보아도 MTB라는 형태의 자전거가 탄생되기 전 이미 '자전거를 이용한 험지 주파' 라는 행위가 이루어졌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싸이클로 크로스' 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그것이 '싸이클링' 과 '크로스 컨트리' 라는 단어의 조합어임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크로스 컨트리'란 자전거의 한 장르로 정의하기에는 무척이나 포괄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인데, 개척되지 않은 공간을 빠른 시간에 통과하는 경기를 일반적으로 크로스 컨트리 경기라고 부른다고 보면 무난할 것이다. '크로스 컨트리' 등산이나 보행 경주를 비롯하여, 스키, 승마, 모터바이크 라이딩, 심지어 글라이더나 소형 항공기의 비행조차 '크로스 컨트리'가 존재함을 생각할 때 크로스 컨트리의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는 무척 어렵다. 덧붙이자면 싸이클로 크로스는 시즌이 끝난 로드바이크 선수들이 겨울시즌 눈과 진흙 등으로 인해 달리기가 어려워진 험한 도로 환경에서 훈련을 하기 위해 시도되었고, 이것이 고유 경기 장르로 정착된 경우라고 하는데, 자전거의 형태와 경기 특성을 보면 무척 설득력 있는 이야기이다.
반면 MTB의 경우 그 역사를 볼때 선수들이 아닌 '놀이용 자전거' 의 개량으로 볼 수도 있겠는데, 게리 피셔가 비치크루저를 이용하여 산악 소방도로를 달려 내려온 것이 그 시조라고 본다면, 오히려 MTB의 역사는 다운힐에서 크로스 컨트리로 영역을 넓혀 간 경우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놀이라는 특성 상 '코스를 주파' 하는 것 보다도 '자전거 타기'를 최대한으로 즐기려는 라이더들의 요구에 의해 개량이 진행되었다고 가정한다면, 현재의 MTB XC에서 최대한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자전거 능력을 최대한 이용하여 코스를 달린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자전거 크로스 컨트리 장르임에 불구하고 싸이클로 크로스와 MTB XC의 라이딩 성향과 부품 특성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싸이클로 크로스' = 싸이클링 + 크로스 컨트리 라는 장르가 이미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MTB 크로스 컨트리 라는 장르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그런데 MTB 크로스 컨트리에 참가하는 자전거의 형태적 제약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CXB와 CXM을 뚜렷하게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CX와 MTB XC라는 각각의 '시합'에서 코스의 형태의 차이가 있고, 이에 따란 라이더의 행동의 차이는 분명 존재할 수 있다. 다라서 CXB와 XCM은 라이더의 행동을 기준으로 최대한의 시합 효율성을 추구하도록 만들어진다. 다만 라이더가 CX와 MTB XC의 구분을 원하지 않는다면 자전거 또한 CXB 와 XCM의 구분이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일례로 존 토맥은 예티 C26 프레임과 26인치 휠셋, 드롭바를 장착한 자전거로 MTB XC와 CX 두 장르의 대회를 모두 참가하였던 사례가 있다.
일반적으로 상용화된 CXB와 XCM의 특징을 상호 비교하자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세팅)
CXB : 700c 휠셋 + 폭 35 - 40mm 타이어, 드롭바 + 레버, 39 - 48t 크랭크 + 12 - 27t 스프라켓, 리지드 포크
XCM : 26인치 휠셋 + 1.75 - 2.1인치 타이어, 플랫바 + 레버, 22- 44t 크랭크 + 11 - 36t 스프라켓, 서스펜션 포크
의 부품 조합을 중심으로 이에 호환되는 부품군을 장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포장도로 주행이라는 공통적 특징, 라이더의 편의 추구라는 공통적 목표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성 부품의 특성이 판이하게 다르다. 이는 CX와 MTB XC에서의 라이더의 행동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에서 그 형태의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CX의 경우 초겨울 - 초봄 사이의 시즌에 주로 시합이 열린다. 다양한 형태의 코스가 존재하나 일반적으로 인위적인 장애물을 설치해서라도 선수가 자전거에서 내려 들고 뛸 수 밖에 없는 구간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선수마다 2, 3대의 예비 자전거를 추가로 보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진흙 등이 심하게 달라붙어 제 성능을 낼 수 없는 경우 각 팀의 서비스지역을 선수가 지날때 즉석에서 자전거를 교체하여 타고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MTB XC의 경우 이러한 모습은 보기 힘들다. XCM의 낮은 기어비와 서스펜션은 라이더가 자전거에서 내리는 구간을 최대한 적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즉 CXB와 XCM의 차이는 라이더가 자전거를 들고 주파하는 경우와 최대한 내리지 않고 달리는 경우의 편의성에 각각 촛점을 맞춘 세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드롭바와 플랫바의 핸들바의 형태에 대해서는 장단점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많다.
일반적으로 드롭바의 경우 험로 주행에 적합하지 않다는 MTB 라이더들의 의견이 많은데, 이는 드롭바의 형태상 브레이크를 강하게 잡은 상태에서 후방으로 체중을 이동하기가(웨이트-백, weight back) 어렵기 때문이다. 드롭바의 경우 핸들바 하단을 잡은 상태에서 브레이크의 제동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데, 이때 라이더의 상체는 앞쪽으로 낮게 숙인 상태가 되므로, 상체를 앞으로 내민 채 엉덩이를 뒤로 뺄 경우 무척 불편한 자세가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이런 극단적인 자세로 라이딩 해야 하는 경우 선수가 자전거에서 내려 뛰는 경우가 많으나, 내리막 코스가 긴 경우 기록 단축을 위해 불편한 자세를 감수하고서라도 자전거를 탄 상태로 내려가는 경우 또한 드물지 않다.
드롭바의 하단을 잡은 상태에서도 무리 없이 웨이트-백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하려면 핸들바의 스템을 짧고 높게, 즉 고각으로 올라간 형태의 스템과 드롭바를 조합하면 된다. 그러나 실제로 CXB에 이러한 형태의 세팅이 적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전통적인 형태의 로드바이크의 핸들바 세팅을 기초로, 스템 길이를 조금 줄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웨이트-백 자세를 위한 세팅만을 보면 드롭바의 세팅은 플랫바의 세팅에 비해 무척이나 어렵다. 그러나 드롭바의 경우(전통적인 형태의 세팅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드롭바의 수평 윗부분과 브레이크 후드, 하단을 잡았을 때의 다양한 포지션이 존재하며, 라이더의 주행 상태에 따른 편안한 자세의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이다. 특히 플랫바와 달리 손에 가해지는 부하가 손바닥 전체로 분산되는 효과로 인해 장시간 주행시 피로가 덜하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드롭바의 장점이다.
마지막으로 CXB와 XCM의 타이어 폭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는데, CXB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타이어가 35 - 40mm 폭을 갖는다는 점을 볼 때, 인치로 환산하면 약 1.4 - 1.6 인치의 폭을 가지며 이는 XCM의 타이어에 비하면 무척 얇은 편인데, 타이어의 무게가 가벼우며, XCM의 타이어에 비해 노면 저항이 적어 임도에서의 고속 주행에 유리하나, 노면의 측면 경사가 심할 경우 XCM의 타이어에 비해 무척 불리한 조건을 갖게 된다. 최대한 많은 구간을 자전거에 탄 상태로 주행하기에는 CXB가 XCM에 비해 무척 불리하다. 하지만 험하지 않은 비포장 도로에서의 주행 속도 타이어와 기어비의 조합을 생각하면 CXB가 XCM에 비해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이상의 CXB와 XCM특징들은 각각의 자전거의 형태보다도 오히려 '개발 배경'과 역사에 비추어 보아야만 그 본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음에 주목하여야 한다. 수많은 형태의 부품 조합과 세팅이 이미 시도되었으나, 각각의 시합에서 최고로 효율적인 선택들만이 살아남아 지금껏 이어진 세팅이 현재의 CXB와 XCM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리라.
그러나 상기 특징들은 일단 싸이클로 크로스와 MTB 크로스 컨트리 '시합'을 중심으로 나타난다는 점, 자전거의 부품은 누구나 자신의 용도에 필요한 것을 골라서 사용할 수 있으나, 메이커의 부품은 '시합'에 최적화 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시장에 출시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산악 비포장 도로를 달린다는 것은 정해진 시합 코스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둘 때, '시합의 정석' 이라 할 수 있는 세팅이 최고의 세팅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길의 특성이 변화무쌍하다면 이에 맞는 그때그때의 변화무쌍한 세팅이 최고의 세팅일 것이며, 다만 늘 세팅을 바꾸기 힘들다는 현실상 한국의 산악 임도와 비포장 도로의 실정과 주행 환경에 맞는 몇가지 세팅이 일반화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한국의 기후와 토양을 생각할 때, 건조한 시기와 습한 시기가 고루 존재하며, 토양 또한 기후에 따라 변화하나, 모래보다는 흙을 중심으로 바위와 나무 뿌리가 다양한 형태로 노출된 임도가 대부분이라는 점, 그러나 미개발 된 지역이 드물고, 최소한 콘크리트 - 자갈의 형태로 포장된 도로가 많다는 점과 구릉이 심하다는 점, 마지막으로 (아마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하나의 자전거로 복합적인 활용을 하기를 선호한다는 한국인의 정서적 특성을 고려할 때 '280' 위한 장거리 산악주행 자전거는 엄밀히 싸이클로크로스보다 크로스컨트리 MTB에 가까워 진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산악 지형에서의 장거리 주행의 피로 감소를 위해서는 서스펜션과 광폭 타이어는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싸이클로 크로스의 형태적 요소와 기타 개량요소가 더해진 'Hybrid' 가 Project 280에서 추구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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